토익 수업이 거의 끝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얼마 전에 새로 파닉스 수업을 시작하고 있는 아이였다. 수업할 시간은 아닌데 시간 착각을 했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 주었는데 울면서 왔다. 친구와 놀다가 집에 늦게 가서 신발도 못 신고 쫓겨났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고 한다. 순간 웃을 뻔했지만 참고서 지금 내가 다른 수업 중이니 거실에 잠시 앉아있으라고 했다. 토익 수업을 마치고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엄마가 걱정을 하고 계실 거라서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말끝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화가 드러났다. 그래도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해야 한다고 말하고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를 아들 신발을 들고서 찾아 헤매고 있다고 아이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나는 일단 어머니 편을 들어드렸다. 어머니도 안심시키고 전화 통화를 듣고 있는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알아야 하니까. 대체로 제 삼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객관적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잘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나서 아이는 잠시 쉬다가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일단 아이도 화가 많이 나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아무리 자신이 잘못을 했더라도 기대하지 않은 상대편의 행동에 더 화가 나는 법이니까.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서 핫 초코를 한 잔 마시겠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했다. 5분 정도 더 대화를 이어가다가 이제 집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지 않겠다고 해서 나도 내 일정이 있어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시간을 정해주었다. 5분 더 있다가 가는 것으로. 아이는 이내 수긍을 했다. 참 똑똑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칭찬을 해주었다. 엄마에게 연락도 없이 친구와 놀다가 간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이내 뿌듯해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겨우 한 번 수업을 같이했을 뿐인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아이의 신뢰를 받은 것 같아서. 그렇게 따듯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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